[사라진 고대 문명 : 신발견 편] 유럽 알프스 빙하 아래의 고대 마을
유럽 알프스는 고대부터 인간과 자연이 끊임없이 교차하던 공간입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 후퇴가 가속화되면서, 알프스 깊은 계곡과 얼음 아래에서 수천 년 전 고대 마을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유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유럽 고지대에서도 고도로 조직된 정착 생활이 이루어졌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빙하 후퇴가 드러낸 고대 유적
2019년 이후,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국경에 걸쳐 있는 알프스 산맥 일대에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지면이 드러났고, 그 안에서 목재 건물 잔해, 도구, 가죽, 인공 구조물이 발견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발레(Valais) 지역의 ‘피슈 글레처(Fiesch Glacier)’ 근처에서는 고대 통나무 주택의 기단과 탄화 목재, 생활 도구가 집중적으로 출토되었습니다. 이는 기원전 2000년~1500년경, 즉 청동기 시대의 고산 정착지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알프스 고산 지대에 사람이 살았다고?
기존 고고학계에서는 알프스 고지대는 사냥과 일시적 통로 역할만 수행했을 뿐, 지속적인 정착은 없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발견된 유적들은 일시적 야영지가 아닌, 지속 가능성이 높은 정착지였으며, 다중 방 구조, 연료 저장, 가축 우리 등의 흔적도 확인되었습니다.
출토된 유물과 생활 양상
- 목재 및 섬유 구조물: 방풍 처리가 된 가옥 구조
- 가죽 신발, 직조된 옷감 조각: 의복 기술의 발전 확인
- 화살촉, 활, 도끼: 사냥 도구이자 무기로 사용된 유물
- 건조 육류 저장 흔적: 장기 생존 대비 저장 시스템
이러한 유물들은 추위와 고도에 적응한 고대인의 생활 방식을 보여주며, 단순히 계절성 캠프가 아닌 복합적인 생존 공동체였음을 시사합니다.
외츠이(Ötzi) 미라와의 연관성
1991년,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에서 발견된 외츠이(Ötzi) 빙하 미라는 약 5,300년 전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이번 알프스 빙하 마을 유적은 외츠이보다 약간 후대이지만, 유사한 생활 양식, 의복 기술, 무기 구조를 공유하고 있으며, 고산 지대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된 문명권이 유지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기후 변화가 역사를 밝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 후퇴는 과거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산 문명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알프스 산맥의 유적들은 단지 한두 개의 마을이 아니라, 네트워크 형태의 고산 정착지 체계로 구성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고대 유럽의 문명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보존과 과제
이러한 유적은 대부분 유기물이기 때문에, 공기에 노출되자마자 급격히 부패합니다. 이에 따라 연구팀들은 정밀 스캔, 동결 건조, 실시간 분석 등의 기술을 동원해 유물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빙하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어 발견과 복원 사이의 시간 싸움이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결론: 얼음 속에 갇힌 문명의 기억
유럽 알프스 빙하 아래의 고대 마을은,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문명을 형성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명이 탄생한 지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극한 환경 속에서도 사회와 기술이 진화할 수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빙하 아래에서 깨어난 이 고대 마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지구의 기억입니다.